산후우울증은 출산 후 호르몬 변화나 신체 변화 때문이라고들 하지만, 독박육아와 경력단절도 큰 원인입니다. 육아 자체도 힘들지만 가족과 사회로부터 고립되고, 자아를 상실하는 과정에서 우울감이 생기는 거죠. 육아 노동의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는 것도 우울하고요. 산후우울증은 단지 엄마여서, 여자여서 겪는 문제가 아닙니다. 제 기억에 남편은 꽤 오랜 기간 산후우울증을 겪었습니다. 우울감인지 우울증인지 알 수는 없지만, 제가 곁에서 느끼기에는 정말 딴사람이 된 것 같았죠. 제가 아무리 남편의 기분을 살핀다 한들, 남편의 독박육아를 해소할 방법은 없었기 때문에 남편은 오래도록 혼자 아파야 했습니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는 노동자들의 지지를 받았지만 그 지지가 임기 끝까지 이어지지는 못했다. 두 정권이 집권하는 동안 그는 실정이 있을 때마다 기뻐했다. 파병, FTA, 노동유연화 정책 같은 것에 반발이 일어날 때면 "그것 봐! 내가 그럴 거라고 했지! 지지했던 놈들 다 반성이나 하나?!" 하며 조금씩 신나했다. 먼저 알아본 자신의 선구안과 근본까지 꿰뚫어보는 심미안(?)을 은근히 과시하면서. 몇 차례 그런 장면을 보다가 나는 그에게 물었다. "당신이 원하는 게 세상이 좋아지는 건가요, 당신의 적이 실패하는 건가요? 당신은 세상의 변화를 위해 신념을 내걸고 운동하는 사람인데 좋은 세상을 만들겠다면서 세상이 나빠진 일에 왜 기뻐하나요?"
지금 광화문에선 초유의 일이 벌어지고 있다. 대통령이 임명한 세월호참사특별조사위원회 이석태 위원장이 대통령의 답변을 기다리며 길바닥에서 농성중이다. 이석태 위원장은 5월1일까지 광화문에서 대통령이 직접 세월호특조위의 문제점을 해결하겠다는 답변을 해주길 기다리고 있다. 이 위원장은 국무총리로부터 임명장을 받았을 뿐 대통령을 만난 적이 없다고 한다. 대통령이 온 국민이 발만 동동 구르며 지켜보았던 참사의 원인을 규명할 특조위의 활동을 격려하고 엄중한 조사를 당부한 적이 없었다는 의미다.
"보수는 부패로 망하고 진보는 분열로 망한다는 말이 있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진보는 분열로 망해도 보수는 부패로 망하지 않는다. 분열엔 의리가 없지만 부패엔 의리가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작가 박민규가 세월호참사에 대해 쓴 글 「눈먼 자들의 국가」의 한 구절이다. 성완종 회장의 비극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부패엔 의리가 있다"는 말의 의미를 좀 더 따져볼 필요가 있다. 성회장의 인터뷰 전문을 읽다보면 그가 부패와 의리를 전혀 구별하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